"아빠 죽고 나면, 이 시간을 그리워하게 될까?"
다섯 식구가 날마다 쏟아내는 빨래들을 건조기에서 꺼내 놓기만 하고 미처 정리하지 못한 채 소파위에 산더미처럼 쌓아두었던 어느 일요일 아침!
남편의 제안으로 저희집엔 새로운 일요일 아침 루틴이 생겼어요.
"엄마가 주방 정리하는 동안 우리는 다같이 빨래 갤까?"
처음에는 자신의 옷들만 챙겨서 각자의 방으로 흩어지던 아이들이 언제부터인가 빨래터에 모여앉아 이야기꽃을 피우는 아낙네들처럼 웃고 떠들고 장난치며 그 시간을 즐기고 있더라고요.
지난주에는 수건을 정리하던 남편이 아이들에게 뜬금없이 물었어요.
"아빠 죽고 나면 나중에 너희들이 이 시간을 떠올리며 아빠랑 빨래 개던것을 기억할까?”
세 아이중 한 아이가 “이건 특별한 일도 아닌데 기억하게 되려나?” 대답하더라고요.
그 말을 듣고 저는 자신있게 말했어요.
“분명 너희도 이 뽀송한 빨래 향기와 함께
웃고 떠들던 오늘을 소중하게 떠올리게 될 거야."라고요.
저는 결혼하고 5년 정도 시부모님과 함께 살았어요. 저희 시아버님은 아침 저녁 꼭 믹스커피를 한 잔씩 손수 타 드셨는데 휴일에 집에 있게 되는 날이면 저를 부르시고는 묻곤 하셨어요.
"커피 한 잔 줄까?”
그때는 그것이 아버님의 사랑이었다는것을 몰랐어요. 어쩔수 없는 상황에 자식한테 짐이 되었다고 생각하시는 그 미안한 마음과 사랑을 그 한 잔의 커피에 꾹꾹 눌러 담아 건네셨다는 것을요.
이제 아버님이 돌아가신지 삼 년 정도가 지났는데 언제부터인가 노란색 믹스커피를 보면 아버님이 생각나요.
물이 끓기를 기다리고 믹스커피 봉지를 뜯어 컵에 쏟아 넣고 뜨거워진 물을 부어 커피 봉지를 둘둘 말아 휘휘 저어 제게 건네시며 어떤 마음이셨을까...
아이들에게 할아버지 이야기를 들려주며 덧붙였어요. 사소하게 매일 흘러가는 일상은 당시에는 별 생각없이 보내는데 시간이 흘러 이제는 그 일상을 함께 할 수 없는 때가 되면 특별한 추억보다 더 그리운 것 같다고요.
그러면서 속으로 생각했어요. 우리 아이들의 일상을 더 행복하고 좋은 것들로 채워주고 싶다고요.
특별한 이벤트가 아니어도 상관없어요. 밥 한 공기를 퍼주며 다정한 눈빛으로 얼굴 한 번 더 봐주고,
"맛있게 먹어줘서 고맙고 엄마는 행복해." 말 해 주면 되지 않을까요.
훗 날 수건을 접다가, 양말을 포개다, 빨래를 개다가,
일요일 아침의 이 분위기, 둥그렇게 둘러앉은 빨래터같던 이 시간을 떠올리며 미소 지을 수 있도록이요.
지금 내 앞에 있는 가족에게 다정한 말 한마디 건네는 것, 그것이 행복을 만드는 가장 확실한 습관임을 잊지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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